모달리티별로는 '저분자화합물+저해제' 조달액 톱
올해 상반기 움츠러든 비상장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펀딩 시장을 관통한 모달리티(연구개발 기술) 화두는 전통의 기술로 꼽히는 저분자화합물 기반 저해제였다. 저해제 기술은 임상 속도가 빠르고 경기 침체 우려, IPO 난항 등 악재 속에서도 꾸준히 R&D 성과를 입증 해 온 기술이라 투자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더벨은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비상장 제약바이오업체의 신약개발 펀딩 내역(납입일 기준)을 모달리티(연구개발 기술) 테마별로 뽑아 봤다. 총 46곳의 업체가 19개의 기술 테마로 8818억원을 조달했다.
항원 및 특이 세포를 저해하는 기술(저해제, inhibitor)을 갖춘 업체들이 가장 많은 자금을 확보했다. 해당 기간 총 9곳(바이오팜솔루션즈, 스파크바이오파마, 이뮤노디자이너스, 오토텔릭바이오, 카인사이언스,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루다큐어, 에트노바테라퓨틱스,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의 업체가 1637억원을 조달했다.
저해제는 개발 역사만 40년이 넘는 전통의 모달리티다. 2001년 노바티스가 BCR-ABL 억제(EGFR inhibitor) 기전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개발하며 최초로 상업화됐다. 2010년대엔 기술 집약적인 모달리티에 밀려 저해제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지기도 했다. 최근엔 개발 비용이 저렴하고 오랜 연구결과로 안정성이 입증돼 재조명을 받는 모습이다.
항체의약품 개발사들은 1127억원을 조달했다. 그간 항체 기술은 신약 모달리티(헬스케어 섹터 제외) 기준 국내 펀딩 규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는데 올해는 저해제와 더불어 뇌신경 가소성과 관련한 치매 재생치료 기술로 펀딩 시장에서 약진한 아리바이오(1345억원)에까지 밀려 3위에 자리했다.
이 기간 펀딩에 성공한 업체 중 항체 개발사는 총 6곳(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 셀렉신, 상트네어바이오사이언스, 리서리스테라퓨틱스, 뉴라클사이언스,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이었다.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407억원)와 셀렉신(330억원)이 대규모 자금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톱20 의약품의 절반 이상을 항체의약품이 차지했지만 저해제 기반 의약품보다 개발 비용이 비싸 R&D 부담이 크다"며 "펀딩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고 투자사들의 상장 시기도 불투명해지면서 투입 시간 대비 임상 성과가 빠르게 나오는 유력 모달리티에 이목이 쏠린 모습"이라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바이오 업황이 악화하면서 신기술에 대한 투자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 작년까지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던 엑소좀, 아데노바이러스벡터, 역분화줄기세포(iSPC) 등 최신기술 보유 업체들은 올해 상반기 별도의 펀딩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앞서 모달리티들과 비슷한 시기 주목을 받은 프로탁 기술은 총 3곳(업테라, 핀테라퓨틱스,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이 524억원의 펀딩을 마무리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CAR-T 기술의 경우 국내 1호 개발사로 꼽히는 큐로셀(프리IPO, 360억원)이 조달 성과를 냈다. 다만 큐로셀은 지난 5월 기술성평가에서 떨어져(A, BB) 내부 전열을 가다듬는 중이다.
이밖에 협업을 통한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기 쉬운 약물전달시스템 기술 보유 업체(바이오오케스트라, 쿼드메디슨, 아울바이오, 지투지바이오)들은 787억원을 조달했다. 신규 타깃 면역세포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자 하는 부스트이뮨은 ADC 모달리티를 더한 사업화 계획을 밝히며 170억원의 딜을 마무리했다.
VC업계 관계자는 "미국 바이오벤처 시장은 이미 구조조정 체제에 들어설 정도로 상황이 엄중하다보니 신기술을 살펴 볼 겨를이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 업체도 투자자의 이목을 끄는 기술을 앞세우기보다 펀딩 시장 침체가 장기간 이어질 것을 대비해 내실을 다지고 성과 도출에 주력하는 사업 전략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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